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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꽃상추 신문기사

'깻잎 한 장에 25원. 깻잎 1200장 들이 한 박스에 2만 7천~3만원으로 전국에서 최고가. 상추 전국에서 최고가. 200평짜리 비닐하우스 5동에 연평균 수익 1억.'

"이만 하면 농사지을 만하지 않겠습니까?"

 

 

논산에서 '한길농원'을 운영하며 '계룡산자락 깻잎'과 '양반 꽃상추'라는 상표로 농사를 짓는 문성호(38) 사장이 "농사도 농사 나름"이라며 "농사도 지을 만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문씨는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계룡산자락 깻잎', '양반 꽃상추' 등 70여개 작목반에서 수확한 깻잎과 상추를 경매시장에 내다 파는 유통도 함께 한다. 이들 깻잎과 상추 작목반의 2005년 매출액은 270억.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다.

그러면 문성호 사장이 "농사도 지을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배경은 뭘까?

"깻잎과 상추 등 농산물은 상품이다. 소비자가 알아주는 상품은 잘 팔리고 상품이 잘 팔려야 회사가 발전하는 것 아닌가?" 문 사장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문 사장도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품질 좋은 상품(농산물)만 생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막상 경매시장에서 내다 팔 때 제값을 받지 못해 낙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른들이 '농사를 잘 지어봤자 헛일'이라는 푸념이 실감나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원인을 분석했고 그 해답을 찾아냈습니다."

문 사장이 얻은 해답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고품질의 농산물을 연중 생산하는 것과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고 A/S를 철저히 하는 것, 그리고 확실한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 년 내내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깻잎과 상추. 이 두 가지는 삼겹살과 생선회를 먹을 때 꼭 필요한 채소라는 점과 일 년 내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사장의 눈에 들었다.

문 사장이 상추와 깻잎을 재배하고자 맘을 정하고 맨 먼저 찾아간 곳은 논산농업기술센터. 고품질의 상추와 깻잎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경험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공 비결①] 고품질 농산물 생산

 

'계룡산자락 깻잎'과 '양반 꽃상추'는 미생물발효제와 인삼, 두충 등 한약재를 이용한 특수한 비료를 먹고 자란다. 여기에 경매시장에서 전국최고가를 받는 비결이 숨겨져 있다. 한약재와 미생물발효제를 먹고 자란 깻잎은 향이 강하고 씹히는 맛이 아삭아삭해 가격이 비싸도 생선횟집과 삼겹살집에서 인기가 높다.
문성호 사장이 논산지역의 특수성을 간파한 것이 주효했다. 논산지역 농민들은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농사에 상당한 기술력이 축적돼 있다. 논산은 딸기농사가 특화된 지역이다. 논산지역의 한해 딸기 생산액이 1천억 정도다.

그런데 딸기는 일 년 내내 수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서 딸기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배 기술 습득과 새로운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서 주저한다.

이와 함께 수십 년간 딸기농사로 축적된 시설하우스 농사기술이 만났으니 물과 물고기가 어울린 셈이다.

[성공 비결②] 시장에 맞는 상품 생산과 시장확보 그리고 철저한 서비스

고품질 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문 사장은 시장 확보에 나섰다. 깻잎과 상추의 소비시장으로 인천을 선택했다. 인천은 논산에서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운송비도 절감할 수 있고 고급 횟집이 많아 고품질의 깻잎과 상추 소비가 많은 지역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사장은 인천지역의 횟집을 돌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깻잎과 상추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곧바로 작목반 농민들과 상의해 소비자자 원하는 깻잎과 상추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물건을 잘 만들어 팔기만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다. 물건을 판 후에도 지속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문 사장과 함께 깻잎과 상추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A/S에 철저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 만약 깻잎 10장을 교환해달라고 A/S가 들어오면 13장을 보내준다.

소비자 서비스에 대해 문 사장은 "깻잎이든 상추든 A/S 제로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깻잎이나 상추를 수확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말한다.

문 사장이 말하는 이 시스템은 깻잎을 따는 사람과 상품을 품질별로 분리하는 사람, 포장하는 사람 등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작업한다. 일종의 분업화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업을 숙달시킬 수 있으며 양심적인 선별포장이 가능한 것이다.

한길농원은 '계룡산 자락 깻잎'과 '양반 꽃상추'이 고품질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유통망을 확고하게 하지 않으면 제값을 못 받는 게 농산물 시장의 속성이다.

[성공 비결③] 변화하는 시장 정보망 구축과 확실한 유통망 확보

문 사장은 인천지역을 판매시장으로 정하고 그곳 시장에 맞는 상품을 생산함과 동시에 확고한 유통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경매시장에서 성실하고 양심적인 중개인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물건을 공급해 줍니다. 우리 물건의 우수성을 알아주고 제값을 받아 줄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 물건을 팔아 주는 중개인도 함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 사장은 작목반에서 수확한 깻잎과 상추를 직접 화물차에 싣고 인천 경매시장에 공급해 준다. 신속한 물량 공급과 운송비 절감, 그리고 시장의 흐름을 날마다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일인데,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가격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알아야 생산량을 조절하고 품질개선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문 사장은 말한다.

이어 "소비자(시장)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물건을 공급해 주는 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농민은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에 전념할 수 있고 또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노력을 한다면 FTA가 무슨 문제인가? 오히려 농사도 지을 만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농사도 젊은이들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문성호 사장의 꿈이 하나 있다. 그의 꿈은 10만평 규모의 시설하우스 단지를 조성해 도회지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농촌에 돌아와 '농사를 지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문 사장의 꿈이 실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