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봄/셀레 김정선
겨우내 눈 덮인 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던
수많은 새떼만큼이나
허기져 있던 시인들에게
봄은 가뭄 끝에 내린 단비다
이제 막 땅을 차고 올라온
수선화 봉우리에 꽃을 피우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서
봄의 햇살과 향기를 마시며
텅 빈 배를 채운다
봄이 온다는 느낌만으로
씨앗 한 톨 뿌리지 않은
들판은 초록으로 풍성하고
연인들의 야릇한 눈빛 처럼
비 오는 하늘에서 별을 딴다
먹고 돌아서자마자
다시 입맛 다시게 하는
붉은 양귀비꽃에 홀리고
수줍게 터지는 매화의 향란
시인들 에게 봄은 십척 밥상이다. 출처- 시마을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 산소갔다 왔어요